갈등의 해소
인간의 갈등은 여러 종류이다. 심리적 갈등은 개인이 내적으로 경험하는 동기(motives) 간의 충돌과 대립을 가리킨다.
욕구들 사이에 갈등이 있고, 가치 간에도 갈등이 있다. 사람은 이런 갈등을 극복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하기도 하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심리적 갈등은 삶에 나쁜 영향을 준다.
심리적 갈등이 내적 동기가 부딪치는 것이라면, 인간관계의 갈등은 사람들 사이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갈등의 주요 원천은 가족관계, 교우관계, 교사와 학생 관계, 상사와 부하 관계, 이성 관계 등 여러 가지이다. 사람들과 빚는 갈등은 자연스럽고 사회적 성숙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워 정신적 이상의 원인이 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 일상생활에서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상담의 목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적으로 표현하여 상담자는 인간관계의 전문가이고 상담은 인간관계에 관한 지혜가 모여 있는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개인적 갈등을 넘어 세대 갈등. 남녀 대립. 소집단 간의 충돌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데 상담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상담의 원리를 소집단의 범위를 넘어 사회와 국가 간의 갈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렇지만 상담의 지혜가 사회갈등이나 국가 간의 갈등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고하는 연구들도 있다.
전쟁. 외교 분쟁. 무역 갈등. 민족감정. 인종 문제 같은 것에도 상담의 원리와 지혜를 적용하여 인류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개인의 내적 심리, 인간과 인간의 관계, 사회집단과 집단 간의 관계, 지역대립, 국가분쟁, 국제적 대결 같은 인류의 갈등을 그것이 어떤 수준의 것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상담이 제시하고 있다.
상담이 목적하는 갈등 해소는 개인의 심리적 영역을 넘어서까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담의 목표로서 갈등 해소는 다른 목표와 비슷한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 사랑과 우정의 길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일은 소극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자아존중감
자아개념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인식 되어왔다. 행동과학이 발달하기 이전 금욕주의적 문화는 자기부정과 자기 부인을 미화하고 미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긍정적 자아개념이 성격 발달은 물론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밝혀지기 위해 시작한 것은 정신 측정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진 이후의 일이다. 자아개념이 긍정적일 때 정신건강에는 물론 학업 발달. 직업발달 등에 광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간의 건전한 발달을 위해서 긍정적 자아개념이 필수적이다.
자아존중감은 자아의 다양한 경험을 의미 있게 통합할 때 이루어진다. 자아와 환경에 관해 대립과 모순, 갈등과 부조리 등을 넘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그 가운데 자기 자신의 참된 가치를 발견할 때 건실한 자아존중감이 형성된다. 따라서 자아존중감은 성공적 경험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그것과 씨름하는 강인한 자아상을 보게 될 때 도리어 자아존중감이 발달한다.
상담의 목표인 자아존중감은 긍정적 자아개념이나 자아효능감으로도 불리며 성공적인 상담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으로 간주하고 있다. 자아의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의 대립과 모순을 넘어서 참된 자아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은 상담 과정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주요 목표이다. 자아의 존중이나 실현이라고 할 때 자아는 단순한 심리적 개념 이상의 뜻을 가지고 있다.
서양 전통에서 자아는 루소가 주장한 자연처럼 오랜 사상적 전통을 가진 개념이다. 서양의 사상적 전통에서 자아는 인간의 본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개념이다. 원래의 윤리 사상에서 자아는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모습 그대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자아란 인간 속에 존재하는 신의 모습을 나타낸다. 신의 형상을 존중하는 것처럼 인간이 자아를 신처럼 존중하는 것을 가리켜 자아존중감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행동과학에서 자아는 인간이 잠재적 가능성으로 지니고 있는 모든 적극적 특성을 가리킨다.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문화적. 영적 가능성을 지닌 통합된 존재로서 개인의 핵심적 부분을 가리킨다. 그래서 자아존중감을 상담의 목표로 할 때는 인간 존엄의 사상이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어야 한다.
2. 상담자의 인성적 자질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인간적인 만남과 관계를 토대로 상담자가 익힌 상담 이론과 기법을 활용하여 내담자의 사고. 정서. 행동. 가치관 등에 결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는 활동이다. 이와 같은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상담자는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다양한 상담이론과 기법을 익혀야 한다. 이러한 상담이론이나 기법을 실제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적용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내담자와 마찬가지로 성격. 태도. 가치관 등을 지닌 상담자이다.
상담자의 성격이나 인간성은 내담자에게 상담전략이나 기법 이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코리(1986)는 상담자가 이론과 실제에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내담자에 대한 동정심. 관심. 신념. 정직성. 진실성. 감수성과 같은 인성적 측면이 부족하다면 단지 기술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즉 상담기법이나 전략에만 의존하는 기술자로서만 기능하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생활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좋은 상담자, 효율적인 상담자가 되기 위하여 자신의 가치. 태도 사고방식과 생활에서 경험하는 개인적 문제. 갈등 등에 대해 깊이 있게 탐색하고 자기 인식을 증진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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